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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리스트

[2020. 09. 26] 김사월 정규 3집 헤븐 전곡리뷰(1)

by Rvier.G 2023. 5. 4.

필자는 김사월이라는 뮤지션에 대한 정보가 없다. 노래도 들어본 적이 없고 라이브도 우연히 한 번 정도 봤던 거 같다. 이런 내가 이번 글의 소재로 김사월의 새 앨범 헤븐을 고른 건 호기심에서였다.

 

SNS 상에서 상당한 화제가 되고 있는 앨범이기도 했고 구독중인 웹진 에서도 최근 다루어서 과연 어떤 느낌을 주는 앨범이기에 이렇게까지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갖고 듣는 걸까 궁금했다.

필자가 보기엔 원래 김사월을 좋아했던 팬들뿐 아니라 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듯 했다. 전보다 더 화제가 된듯한 느낌? 그렇기에 이 대단한 뮤지션을 이제서나마 들어볼 충분한 명분이 생겼다고도 할 수 있다.

 

이번 앨범은 총 열곡을 다섯 곡씩 두 번에 걸쳐 글을 작성해 보려고 한다.

 

그럼 필자의 리뷰와 함께 천천히 곱씹어 들어보도록 하자.

 

[필자는 이 앨범을 계기로 뮤지션 김사월의 노래 혹은 정보를 처음으로 들어보고 찾아보았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출처: genie 뮤직

1. 일회용품

화려하지만은 않은 연주 위에 목소리와 코러스로 채워 넣은 곡은 듣는 동안 가사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곡의 화자는 “난 내가 일회용품 이었으면 좋겠어”로 시작하면서 사람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화려한 수식어 없이 풀어낸다. 한가지의 특정한 감정을 콕 집어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가오는 감정에 대해 깊게 느끼지 못한다는 건 죽은 것과 다름없다고 말하는 화자를 보며 이 곡의 제목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보았다. 그렇게 감정들을 스치듯 가볍게 느낄 것이라면 차라리 잠깐 쓰이고 마는 일회용품인 게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안타까워하는 듯 느껴졌다. 잠깐과 잠깐이 모이면 일부가 아닌 그것의 전부가 될 테니까...

 

그러면서도 중간 가사인 “넌 내가 점점 더 늙었다 말하는 걸” 이라는 말은 다가오는 감정에 대해 점점 가볍게 생각하게 되는 것을 그저 나이 먹어서 그런 것이라 치부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이 부분에서의 “너”는 한명이 아닌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이 아닐까?

 

우리는 실제로 나이를 먹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 노래에 나오듯 굉장히 기뻐할 수도 슬퍼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이며 점점 그렇게 되어간다. 그건 나이를 먹어가면서 지녀야할 행동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히게 된 것일지도 모르며 때론 주변 상황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이 곡의 화자는 스스로에게 다가오는 감정에 솔직해지고 최대한 느낄 만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까?

출처: 유튜브 채널 "Mad Hatter 영호의 인디가요"

 

2. 스테이지

이 곡은 사회에서 주어진 성별 역할에 대한 이야기와 거기에 반응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보여진다. 당신이 보는 나의 모습은 세상에서 원한 여자의 모습일 뿐이며 생동감을 보이는 모습이 아닌 마치 물건과 같은 모습이라고 묘사한다. 그 모습을 탐닉하고 흥분한다면 지는 것이라 말하며 안녕을 고한다.

 

화자는 사회라는 문을 여는 순간 요구되어 행동하게 되는 여자라는 모습에서 환멸을 느낀게 아닐까 싶다. 본래의 모습 그대로를 여자로 바라봐주는 것이 아닌 여자로써 요구되는 것들이 있는, 그래서 거기에 맞춰 살아야 했던 지난날들에 대한 환멸, 그렇게 보여지는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대한 좌절까지...

 

댄서너블한 리듬과 제목 덕에 홀로 춤을 추는 한 여성의 모습이 떠오르게 된다. 심지어 후반부 기타 솔로는 “날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세요” 라고 이야기 하는 느낌도 든다. 내 식대로 춤을 출 것이지만 그에 반해 보여지는 겉모습에 이끌려 나를 보러 온다면 나는 받아주지 않을거라고, 가버릴거라고 이야기하는 그런 모습이랄까...

 

많은 생각과 고민이 들게 하는 곡이 아닌가 싶다.

출처: 유튜브 채널 "Mad Hatter 영호의 인디가요"

3. 교환

이 곡을 쭉 들어봤을 때 필자는 걱정인형이 떠오르기도 했고, 유령에게 영혼을 팔고 원하는 것을 얻는다는 식의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했다.

 

화자는 걱정으로 밤을 보내는 이를 위해 그 기억을 보내준다면 잠으로 교환해준다며 걱정하지 말라고 말한다. 내가 당신의 걱정을 가져갈테니 편히 잠을 자라는 것일까? 그러나 화자는 그렇게 오늘을 잃어버린다면 (걱정을 보내 잊어버리고 잠든 그 상황을 이야기 하는 듯하다.) 무엇이 될 수 있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이것은 마치 영혼을 가져간 유령의 모습 같기도 하다.

 

마지막 가사 “자신을 잃어버린 자는요 이미 끝났으니까” 라는 것에서 유추해 볼 수 있듯 당신은 걱정을 내게 주고 잠을 택하겠지만 결국 그것은 자신을 잃게 되는 것 이라는 이야기로 보여진다. 걱정거리도 나의 것이고 걱정하는 모습도 나의 모습이니 그 마음에 휨쓸려 자신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는걸까?

 

계속 듣다보니 힘들어 자살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일까? 잠든다는 건 죽는다는 것의 은유적인 표현일까? 하는 생각이 문득 스치기도 했다. 듣는 이에 따라 상당히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그런 곡으로 느껴졌다.

 

당신은 어떠신가요?

출처: 유튜브 채널 "생기스튜디오 SENGGI STUDIO" (글의 곡 교환은 시간 33:39)

4. 도망자

앨범의 네 번째 곡 도망자는 연인, 그것도 헤어진 연인의 이야기로 보여진다. 헤어진 한 사람이 한 때 사랑했던 그 에게 보내는 마지막 편지의 모습을 한 그런 이야기...

 

아마 헤어지자는 이야기를 상대에게 먼저 듣고 결별하게 된 상황인 듯하다. 하다. 그도 그럴 것이 화자는 “내가 먼저 가야했는데”, “도망가는 사람은 내가 되야 해요” 라는 말을 반복한다. 그러면서도 “당신 배게엔 옅은 향수 냄새” 라는 표현을 써가며 아직도 내 곳곳에선 당신이 느껴진다. 라고 이야기 한다.

 

그렇다. 먼저 헤어지자고 이야기 하고 남겨지는 입장이 아닌 떠나가는 입장이 된다면 좀 더 이별을 받아들이기가 수월할 것이며 보다 쉽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화자는 그러지 못하고 이별 후에도 그의 흔적을 느끼는 자신이 무척이나 싫었던 모양이다.

 

이 곡은 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자아낼 만한 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위의 곡들보다는 좀 더 쉽게 곡이 와닿을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당신들의 그 모습은 어땠나요?

출처: 유튜브 채널 "Mad hatter 영호의 인디가요"

5. 나방

이 노래는 매우 느리고 늘어지며 몽환적인 사운드로 이루어진 곡이다. 그 것이 가사와 어우러지면서 내용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주며 분위기를 극대화 시켜준다.

 

제목으로 쓰인 나방이라는 곤충은 불빛에 반응해 다가가는 성질을 지녔다. 화자는 자신의 모습을 이 나방과 일치시켜 노래 전체에서 이야기 한다. 그 노랗고 포근한 곳으로 다가가는 나방 말이다.

 

옥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지냈던 기억들을 노란 오후 즉 나방이라면 마구 달려들 불빛의 색으로 표현했다. 필자가 느끼기에 이 노래는 “회상”이라는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노란 불빛으로 다가가는 나방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에 푹 이끌려 빠져버리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한 것 같다는 느낌이랄까?

 

마지막 가사인 “더러운 신촌거리 가끔 보이는 노란 불빛에 술집 가서 마셔버리자” 에서는 잊을 수 없는 기억에 계속하여 이끌리는 본인의 모습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좋았던 기억은 노란 불빛처럼 곳곳에 퍼져있어 생각나게 하고 다가가게 하는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 하는 곡이라는 생각이 든다.

출처: 유튜브 채널 "Mad Hatter 영호의 인디가요"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의 3집 헤븐의 전곡 리뷰를 시작하였다. 이번 다섯곡에 이어 다음 글에선 나머지 다섯곡을 다루고 전체적인 감상평을 이야기 하고자 한다. 김사월은 어떤것을 어떻게 말하고자 하는 뮤지션인지 잘 느껴지는 앨범이니만큼 필자또한 기대가 된다.

 

* 위 글은 객관적인 정보가 아니며 필자의 주관적인 해석과 감상이 포함된 글이라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